어머니가 경로당을 가지 않으셨던 이유


■ 어머니가 집에만 계시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어머니는
그토록 자주 가시던 경로당에 가지 않으셨다.
이전에는 친구분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이
하루의 큰 즐거움이셨는데
점점 외출을 꺼려하시고 집에만 있으려고 하셨다.
처음에는 단순히 귀찮으신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변화는 분명해졌다.
■ 나는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커서 학교와 학원으로 바빠지고
집에는 나와 어머니 둘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간 보호센터, 이른바 ‘노치원’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몇 번이나 함께 가보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 그때는 몰랐던 ‘경도 인지장애’
당시의 나는 몰랐다.
경도 인지장애가 시작되면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자존심 때문에 더 위축된다는 것을.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본인이 먼저 느끼기 시작하면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더 불편해진다고 한다.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이다.
■ 마당극은 가고 싶다고 하셨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던 어느 날
TV에서 마당극 공연 광고를 보시더니
“이건 한번 가보고 싶다”
라고 하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바로 예매를 했다.
■ 그리고 그날의 작은 해프닝
남편은 예전에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코를 골았던 전적(?)이 있어서
그날은 어머니와 나 둘이서만 공연을 보러 갔다.
유명 배우들도 나오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옆이 너무 조용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머니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깊이 잠들어 계셨다.
■ 웃을 수도, 웃을 수만도 없는 기억
입장권이 싼 편이 아니어서
조심스럽게 깨워보았지만
어머니는 그대로 주무셨다.
결국 나는 혼자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전자전 인가 하고 그날은 웃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아프다.
■ 지금 와서야 보이는 것들
경도 인지장애가 시작되면
- 집중력이 떨어지고
-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고
- 활동 범위가 줄어들며
- 우울감이 커진다
그 모든 과정이
그때의 어머니에게 이미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 내가 놓쳤던 것
나는 그저
“어머니를 밖으로 보내야 한다”
고 생각했지만
사실 어머니는
“밖에 나가기 힘든 상태”였다.
그 차이를
그때는 몰랐다.


■ 지금의 후회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조금 더 이해했더라면
어머니의 시간을 더 편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었을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마음 한편이 조용히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