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저년이 가져갔다” 그 말에 무너졌다 (19)

blueduri 1 2026. 4. 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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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년이 가져갔다” 그 말에 무너졌다 “저년이 가져갔다” 그 말에 무너졌다

 

■ 새벽부터 시작된 집안 뒤집기

어느 날 새벽,
어머니가 금붙이가 없어졌다며
자개농이며 문갑이며
집안을 다 뒤집기 시작하셨다.

그야말로
집이 뒤집혔다.

■ 하루 종일 이어진 집착

아침도, 점심도
대충 드시는 둥 마는 둥

하루 종일
그것만 찾으셨다.

멀쩡한 나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는데
어머니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 점점 심해지는 불안

 

“분명히 잘 두었는데 없어졌다.”

그 말이 반복될수록
나도 점점 불안해졌다.

당뇨에 혈압까지 있으신데
신경을 너무 쓰셔서인지

눈은 빨개지고
얼굴은 부은 것처럼 보였다.

 

■ 남편을 부르다

 

나는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당장 집으로 와 달라고

 

■ 그리고 그 한마디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저년이 가져간 것 같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 이어진 확신

 

“너는 내 아들이니까 안 가져갔을 거고
손주들은 금에 관심도 없을 거고
그럼 저년 아니면 누가 가져갔겠냐.”

그 말은
확신에 가까웠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억울했다.

너무 억울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가족까지 동원된 수색

 

남편이 물었다.

“경찰 부를까요? 이모들 부를까요?”

어머니는
이모들과 동서들을 부르라고 하셨다.

집은
수색 현장이 되었다.

 

나는 도망치듯 나갔다

 

나는 그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

속상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 그리고 밤

 

밤이 되어서 돌아왔을 때까지도
금붙이는 찾지 못한 상태였다.

 

■ 결국 발견된 곳

나중에
서랍을 전부 빼내고 보니

그 뒤 깊숙한 곳에
새 양말 속에 넣어둔 금줄 시계와 반지들이 나왔다.

그 무거운 서랍 뒤에
어떻게 넣으셨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 누명을 벗다

 

어머니도
그제야

본인이 그곳에 넣어두신 것을
기억해 내셨다.

나는
누명을 벗었다.

 

■ 그러나 남은 감정

 

그 순간에도
마음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정말 그때는
남편이고 뭐고
다 보기 싫었다.

 

■ 어머니의 방식

 

모든 사람이 돌아가고
우리 식구만 남았을 때

어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금줄 시계와 반지를 주셨다.

 

사과 대신

 

“다 하나씩 줬으니 너희야.”

그게
어머니의 방식이었다.

 

아이의 한마디

 

그때 막내가 말했다.

“할머니, 엄마한테 먼저 사과하셔야죠.”

나는 순간
아이를 말렸다.

“막내야, 할머니가 사과 대신 주시는 거야.”

 

끝내 듣지 못한 말

나는 그걸 받으면서도 말했다.

“나중에 또 가져갔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마음은 전혀 웃지 못했다.

 

지금도 남아있는 감정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이해와 감정 사이

 

머리로는 안다.

치매가 시작되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을.

하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자존심이라는 것

 

어머니는
끝내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어떤 날은 이해가 되면서도
어떤 날은 참 밉기도 했다.

 

남겨진 진실

지금은 안다.

그날 어머니는
나를 의심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을
붙잡고 계셨던 것이라는 걸.

 

■ 말 한마디가 남는다

치매를 겪는 가족에게
가장 힘든 것은 병 자체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말 한마디다.

기억은 흐려지지만
감정은 남는다.

그래서 어떤 말은
오래 마음에 남아
가족을 더 힘들게 한다.

“저년이 가져갔다” 그 말에 무너졌다 “저년이 가져갔다” 그 말에 무너졌다

치매 돌봄 가족이 환자에게서 많이 듣는 말

■ 1. “내 물건 네가 가져갔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이다.

치매가 진행되면
물건을 숨기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많아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
의심의 대상이 된다.

👉 이 말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관계 자체를 흔든다. 고 한다.

■ 2. “나는 그런 적 없어”

분명히 있었던 일이
완전히 사라진다.

함께 식사를 했는데
“안 먹었다”라고 하거나

같이 있었던 일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 가족은 점점
자기 기억까지 의심하게 된다.

■ 3. “너는 나를 속이려고 한다”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

설명을 해도
납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강하게
의심을 한다.

👉 이때 가족은
아무리 노력해도 통하지 않는 벽을 느낀다.

■ 4. “너 말은 못 믿겠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 간병 가족에게는
가장 외로운 순간이 된다.

■ 5.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냐”

이 말은
분노와 자존심이 섞인 말이다.

치매가 진행되더라도
자존감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반응이 나타난다.

👉 가족은 이해하려고 하지만
마음은 계속 상처를 받는다.

중요한 사실

치매 환자가 하는 말은
의도가 아니라
증상이다.

하지만
가족의 마음은
그걸 알면서도 아프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 감정은 진짜다
  • 말은 병에서 나온다
  • 상처는 가족에게 남는다

그래서 치매 간병은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신 분일 것이다.

오늘 하루도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대단한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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