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새벽부터 시작된 집안 뒤집기
어느 날 새벽,
어머니가 금붙이가 없어졌다며
자개농이며 문갑이며
집안을 다 뒤집기 시작하셨다.
그야말로
집이 뒤집혔다.
■ 하루 종일 이어진 집착
아침도, 점심도
대충 드시는 둥 마는 둥
하루 종일
그것만 찾으셨다.
멀쩡한 나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는데
어머니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 점점 심해지는 불안
“분명히 잘 두었는데 없어졌다.”
그 말이 반복될수록
나도 점점 불안해졌다.
당뇨에 혈압까지 있으신데
신경을 너무 쓰셔서인지
눈은 빨개지고
얼굴은 부은 것처럼 보였다.
■ 남편을 부르다
나는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당장 집으로 와 달라고
■ 그리고 그 한마디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저년이 가져간 것 같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 이어진 확신
“너는 내 아들이니까 안 가져갔을 거고
손주들은 금에 관심도 없을 거고
그럼 저년 아니면 누가 가져갔겠냐.”
그 말은
확신에 가까웠다.
■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억울했다.
너무 억울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 가족까지 동원된 수색
남편이 물었다.
“경찰 부를까요? 이모들 부를까요?”
어머니는
이모들과 동서들을 부르라고 하셨다.
집은
수색 현장이 되었다.
■ 나는 도망치듯 나갔다
나는 그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다.
속상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 그리고 밤
밤이 되어서 돌아왔을 때까지도
금붙이는 찾지 못한 상태였다.
■ 결국 발견된 곳
나중에
서랍을 전부 빼내고 보니
그 뒤 깊숙한 곳에
새 양말 속에 넣어둔 금줄 시계와 반지들이 나왔다.
그 무거운 서랍 뒤에
어떻게 넣으셨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 누명을 벗다
어머니도
그제야
본인이 그곳에 넣어두신 것을
기억해 내셨다.
나는
누명을 벗었다.
■ 그러나 남은 감정
그 순간에도
마음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정말 그때는
남편이고 뭐고
다 보기 싫었다.
■ 어머니의 방식
모든 사람이 돌아가고
우리 식구만 남았을 때
어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금줄 시계와 반지를 주셨다.
■ 사과 대신
“다 하나씩 줬으니 너희야.”
그게
어머니의 방식이었다.
■ 아이의 한마디
그때 막내가 말했다.
“할머니, 엄마한테 먼저 사과하셔야죠.”
나는 순간
아이를 말렸다.
“막내야, 할머니가 사과 대신 주시는 거야.”
■ 끝내 듣지 못한 말
나는 그걸 받으면서도 말했다.
“나중에 또 가져갔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마음은 전혀 웃지 못했다.
■ 지금도 남아있는 감정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 이해와 감정 사이
머리로는 안다.
치매가 시작되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을.
하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 자존심이라는 것
어머니는
끝내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어떤 날은 이해가 되면서도
어떤 날은 참 밉기도 했다.
■ 남겨진 진실
지금은 안다.
그날 어머니는
나를 의심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을
붙잡고 계셨던 것이라는 걸.
■ 말 한마디가 남는다
치매를 겪는 가족에게
가장 힘든 것은 병 자체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말 한마디다.
기억은 흐려지지만
감정은 남는다.
그래서 어떤 말은
오래 마음에 남아
가족을 더 힘들게 한다.


치매 돌봄 가족이 환자에게서 많이 듣는 말
■ 1. “내 물건 네가 가져갔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이다.
치매가 진행되면
물건을 숨기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많아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
의심의 대상이 된다.
👉 이 말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관계 자체를 흔든다. 고 한다.
■ 2. “나는 그런 적 없어”
분명히 있었던 일이
완전히 사라진다.
함께 식사를 했는데
“안 먹었다”라고 하거나
같이 있었던 일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 가족은 점점
자기 기억까지 의심하게 된다.
■ 3. “너는 나를 속이려고 한다”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
설명을 해도
납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강하게
의심을 한다.
👉 이때 가족은
아무리 노력해도 통하지 않는 벽을 느낀다.
■ 4. “너 말은 못 믿겠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 간병 가족에게는
가장 외로운 순간이 된다.
■ 5.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냐”
이 말은
분노와 자존심이 섞인 말이다.
치매가 진행되더라도
자존감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반응이 나타난다.
👉 가족은 이해하려고 하지만
마음은 계속 상처를 받는다.
중요한 사실
치매 환자가 하는 말은
의도가 아니라
증상이다.
하지만
가족의 마음은
그걸 알면서도 아프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 감정은 진짜다
- 말은 병에서 나온다
- 상처는 가족에게 남는다
그래서 치매 간병은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신 분일 것이다.
오늘 하루도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대단한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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