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6) 썸네일형 리스트형 “저년이 가져갔다” 그 말에 무너졌다 (19) ■ 새벽부터 시작된 집안 뒤집기어느 날 새벽,어머니가 금붙이가 없어졌다며자개농이며 문갑이며집안을 다 뒤집기 시작하셨다.그야말로집이 뒤집혔다.■ 하루 종일 이어진 집착아침도, 점심도대충 드시는 둥 마는 둥하루 종일그것만 찾으셨다.멀쩡한 나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는데어머니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 점점 심해지는 불안 “분명히 잘 두었는데 없어졌다.”그 말이 반복될수록나도 점점 불안해졌다.당뇨에 혈압까지 있으신데신경을 너무 쓰셔서인지눈은 빨개지고얼굴은 부은 것처럼 보였다. ■ 남편을 부르다 나는 바로남편에게 전화를 했다.당장 집으로 와 달라고 ■ 그리고 그 한마디남편이 들어오자마자어머니가 말씀하셨다.“아무래도 저년이 가져간 것 같다.”순간심장이 내려앉았다. ■ 이어진 확신 “너는 내 아들이니까 안 가져갔을 거.. 생신날, 어머니는 왜 화를 내셨을까(18) ■ 두리여사님의 생신그날은 어머니 생신날이었다.이상하게도올해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이모님들, 경로당 친구분들, 친척들까지많은 손님들이 다녀가셨다. ■ 하루 종일 이어진 상차림 우리 가족은하루 종일 부엌에서 살았다.팔보채회잡채떡미역국차리고 치우고또 차리고 치우고주택이라 더 바빴고정말 하루 종일 동동거렸다. ■ 모든 손님이 돌아간 후 밤이 되어손님들이 모두 돌아가고우리 가족만 남았다.그때 어머니는벽을 등지고 누워 계셨다. ■ 예상치 못한 말 “어머니, 씻고 주무셔야죠.”그랬더니 어머니가 말씀하셨다.“내가 내 생일날 하루 종일 굶어야겠냐?”순간모두가 멈췄다. ■ 분명 같이 드셨는데 우리는 당연히어머니가 식사를 하신 줄 알았다.늘 같이 드셨고그날도 분명 같이 드신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앞이 잘 “안 보인다” 던 어머니, 이유는 따로 있었다 (17) ■ “눈이 안 보인다”는 말어머니가 어느 날부터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하셨다.불편하다고 하셔서병원에 가자고 했더니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셨다. ■ 끝까지 고집하신 병원 어머니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수영로터리 쪽 병원이 있었다.우리 집에서는 차로 30분이 넘게 걸렸지만그 병원이 아니면 안 가신다고 하셨다.이럴 때 보면나보다 더 또렷하고 확고하셨다. ■ 검사 결과는 ‘이상 없음’ 예약을 하고 찾아간 병원에서여러 검사를 진행했다.결과는 의외였다.노안은 있지만당뇨 관리도 괜찮고백내장 수술도 잘 되어 있고👉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그런데도 어머니는계속 “안 보인다”고 하셨다. ■ 답답함 속에서 반복된 방문 이런 상황이두세 번 반복되었다.검사에서는 이상이 없고어머니는 계속 불편하다고 하시고나는 점점 답.. 어머니가 경로당을 가지 않으셨던 이유 (16) ■ 어머니가 집에만 계시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어머니는그토록 자주 가시던 경로당에 가지 않으셨다.이전에는 친구분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이하루의 큰 즐거움이셨는데점점 외출을 꺼려하시고 집에만 있으려고 하셨다.처음에는 단순히 귀찮으신가 보다 생각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그 변화는 분명해졌다. ■ 나는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커서 학교와 학원으로 바빠지고집에는 나와 어머니 둘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솔직히 말하면나는 많이 힘들었다.그래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주간 보호센터, 이른바 ‘노치원’에모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몇 번이나 함께 가보려고 했지만어머니는 단호하게 거절하셨다.지금 생각해 보면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 그때는 몰랐던 ‘경도 인지장애’ 당시의 나는 몰랐다.경도 인지장애가 .. 새벽에 대문을 열고 나가신 어머니 (15) 어머니의 치매는 조금 특이했다.처음에는 치매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정상적인 날이 많았다.컨디션이 좋을 때는 대화도 또렷했고기억도 정확했다. 하지만 컨디션이 나쁘거나기분이 우울한 날,비가 와서 습한 날에는이상하게도 증상이 나타났다.우연인지 모르겠지만그럴 때마다어머니가 더 힘들어하셨다. 특히 가장 괴로운 것은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필름이 끊기듯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긴 장마가 끝난 날 긴 장마가 끝난 뒤였다.습하고 더운 여름 새벽이었다.나는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 대문 여는 소리가 났다.“철컥”나는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다. 맨발로 길을 건너신 어머니 어머니는 인견 속옷 차림에맨발로 대문을 나가셨다.집 앞은 이차선 도로였다.다행히 차는 없었지만어머니는 이미 길을 건.. “전쟁 나면 나를 두고 갈까 봐…”(14) 2010년 겨울,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던 날의 일이다.그날 나는 시장을 보러 잠깐 외출했다.한두 시간쯤 지나 집에 돌아왔는데어머니 눈이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다.평소와는 다른 표정이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 어머니는일제강점기와 해방을 겪었고또 전쟁도 겪은 세대였다.특히한국 전쟁의 기억은어머니 세대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였다.그래서인지연평도 포격 소식이 나오던 날어머니는 몹시 불안해 보였다.그리고 나에게 말했다.“전쟁 나면 너네가 나를 안 데리고 갈까 봐…”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사라진 돈 어머니는 계속 말을 이었다.“돈이라도 주면 나를 데려갈 것 같아서돈 있는 것 다 찾아 집에 갖고 왔는데없어졌다.”나는 차분하게 말했다.“어머니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저도 외출했다 왔고애들도 아직 학교에서 ..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13)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시는 어머니의 탄식은 지금도 아려온다. 아이들이 커갈수록학원비, 식비, 생활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그래서 나는 주말 오후마다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했다.그날도 일을 하고 있었는데큰아들에게 전화가 왔다.“엄마 빨리 와.할머니가 화장실에서 안 나오셔.”마침 끝날 시간이었지만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도나는 택시를 탔다. 문을 열었을 때 집에 도착해 문 앞에서 말했다.“어머니, 저예요. 문 열어주세요.”문이 열렸다.그리고 나는 멈췄다.화장실 벽과 바닥이엉망이었다.어머니는 옷을 벗은 채서 계셨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택이라 여름에도 춥다며대중탕 가시던 분이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샤워를 시켜드렸다.깨끗이 씻겨따뜻한 아랫목에 눕혀드렸다.그때였다.어머니 눈에서눈물이.. “나 안 먹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막내는 아직도 후회한다 (12) “나 안 먹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막내는 장가간 지금도 후회한다비가 내리던 저녁이었다.남편은 회식, 큰아들은 학원.집에는 나와 막내, 그리고 어머니 셋뿐이었다.치킨을 시켜 먹고 있었는데어머니가 재채기를 하셨다.입에 있던 음식이 식탁 위로 튀었다.나는 괜찮다며 치웠지만막내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안 먹어. 다시 시켜줘.”사춘기였다.그래서 이해는 됐지만내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니의 반응 어머니는 잠깐 말이 없으셨다.그러다 작게 말씀하셨다.“지랄이다 참…”그리고는목뼈랑 나머지도 더 많이 드셨다.나는 알았다.그 말은 화가 아니라 미안함이었다.결국 치킨을 한 마리 더 시켰고막내는 새 치킨을 먹었다.어머니와 나는 뿜어진 쪽을 치워 같이 먹었다.그리고 계산할 때 어머니가 두 번째 치킨값을 내셨다.미.. 검사 결과를 듣던 날 — 마음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11) 검사 결과를 듣던 날 마음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드디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우리 동네에는 한방과 양방을 같이 보는 협진 병원이 있어서미리 전화로 검진 예약을 하면서인지검사도 함께 신청해 두었다.어머니와 내가 같이 검진을 받으니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검사실에서 느낀 묘한 감정 당뇨와 혈압이 있으신 것 말고는어머니는 원래 건강한 편이었다.그래서 금방 끝나겠지 싶었는데인지검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문제는 시간보다 마음이었다.검사받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시간이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뜻밖의 안도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옆에서 지켜보니어머니는 꽤 정확하게 대답하고 계셨다.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괜찮다.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듣게 된 말 그날 신경과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다.. 사라진 30만원 — 그날 처음 이상함을 느꼈다 (10) 사라진 30만 원으로 처음 이상함을 느꼈다 (그날은 내가 셜록 홈스가 된 날이기도 하다) 그날까지는 정말 평온했다.어머니와의 생활도 안정됐고, 나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약도 잘 챙겨 드렸고당뇨가 있으시니까 식단도 신경 썼다.현미잡곡밥, 단백질 반찬, 생선이나 고기류까지 나름 균형 맞춰 드렸다.이제는 괜찮겠지 싶었다.그런데 방심은 늘 그때 찾아온다. 옷장이 뒤집혀 있던 날 외출했다가 돌아왔는데방 안이 어딘가 이상했다.어머니 옷장 옷이 전부 밖으로 나와 있었다.순간 심장이 덜컥했다.“어머니 뭐 찾으세요?”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아침에 돈 30만 원 있었는데 없어졌다.”말투는 평온했지만그 말은 평온하지 않았다. 이상한 직감 나는 방을 천천히 둘러봤다.문갑 위 바구니..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