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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13)

📑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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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시는 어머니의 탄식은 지금도 아려온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학원비, 식비, 생활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래서 나는 주말 오후마다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날도 일을 하고 있었는데
    큰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빨리 와.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안 나오셔.”

    마침 끝날 시간이었지만
    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도
    나는 택시를 탔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문을 열었을 때

     

    집에 도착해 문 앞에서 말했다.

    “어머니, 저예요. 문 열어주세요.”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는 멈췄다.

    화장실 벽과 바닥이
    엉망이었다.

    어머니는 옷을 벗은 채
    서 계셨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택이라 여름에도 춥다며
    대중탕 가시던 분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샤워를 시켜드렸다.

    깨끗이 씻겨
    따뜻한 아랫목에 눕혀드렸다.

    그때였다.

    어머니 눈에서
    눈물이 조용히 흘렀다.

    나는 모른 척했다.

    “쉬세요 어머니.”

    나가려는데 작게 말씀하셨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그날의 진짜 이유

     

    어머니 말씀은 이랬다.

    화장실이 급해서 가다가
    옷에 먼저 실수를 하셨고

    화장실에서 나머지를 보고
    속옷을 씻어
    완벽하게 정리하려 했는데

    손에 묻고
    벽에 묻고

    나중엔
    감당이 안 되셨다고.

     

    완벽했던 사람

     

    어머니는 평생
    깔끔함의 기준 같은 분이었다.

    집도
    살림도
    돈 계산도

    모든 게 정확했다.

    그런 분이
    손주들에게 들킬까 봐

    더 서두르다
    더 엉망이 되신 거였다.

     

    내가 한 말

     

    나는 말했다.

    “애들은 컴퓨터 게임하느라 아무 생각 없어요.

    걱정 마세요.”

    하지만
    위로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날 알았다

     

    사람이 늙는다는 건
    몸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자존심이 먼저 약해지는 거라는 걸.

     

    마지막 문장

     

    그날 이후 나는 알았다.

    부모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가장 힘든 건 도움이 아니라
    미안함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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