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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먹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막내는 아직도 후회한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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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안 먹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막내는 장가간 지금도 후회한다

    비가 내리던 저녁이었다.

    남편은 회식, 큰아들은 학원.
    집에는 나와 막내, 그리고 어머니 셋뿐이었다.

    치킨을 시켜 먹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재채기를 하셨다.

    입에 있던 음식이 식탁 위로 튀었다.

    나는 괜찮다며 치웠지만
    막내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안 먹어. 다시 시켜줘.”

    사춘기였다.
    그래서 이해는 됐지만
    내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나 안 먹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막내는 장가간 지금도 후회한다

     

    어머니의 반응

     

    어머니는 잠깐 말이 없으셨다.

    그러다 작게 말씀하셨다.

    “지랄이다 참…”

    그리고는
    목뼈랑 나머지도  더 많이 드셨다.

    나는 알았다.
    그 말은 화가 아니라 미안함이었다.

    결국 치킨을 한 마리 더 시켰고


    막내는 새 치킨을 먹었다.

    어머니와 나는 뿜어진 쪽을 치워 같이 먹었다.

    그리고 계산할 때 어머니가 두 번째 치킨값을 내셨다.

    미안해서였다.

     

    막내와 할머니

     

    막내와 어머니는 단짝이었다.

    같이 자고
    같이 놀고
    같이 웃고

    막내를 유난히 예뻐하셨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막내가 학교에서 키가 제일 커서
    맨 뒤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그걸 보시고는 담임선생님을 찾아가셨다.

    “선생님, 내가 요새 잠을 못 잡니다.

    우리 막내아들의 막내아들이
    짝지도 없이 혼자 앉아 공부하는 걸 보니
    안쓰러워서요.”

    구십이 다 된 노인이 잠을 못 잔다고 하니

    담임선생님은 결국 자리 배치를 바꿔
    짝지와 함께 앉게 해 주셨다.

     

    뒤늦은 후회

     

    그렇게 손자를 끔찍이 사랑했던 할머니인데

    재채기 한 번 했다고
    자기가 성질부린 게
    막내는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장가간 지금도 할머니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할머니 많이 서운하셨을 거야…”

     

    내가 알게 된 것

     

    사람은 지나고 나서야 안다.

    그 순간은
    별일 아닌 줄 알았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평생 남는 기억이 된다는 걸.

     

    그리고....

     

    부모는 기억을 잃어도
    사랑은 끝까지 기억한다.

    하지만 자식은
    사랑을 다 받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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