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결혼을 앞두고
시어머니를 처음 만나는 날은
누구에게나 오래 기억으로 남는다.
나 역시 그렇다.

결혼 전 소개팅과 첫 만남의 기억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던 그 해였다.
직장 후배이자 같은 동네에 살던,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지금의 남편을 소개해 주었다.
이상형과 전혀 달랐던 사람
나는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시인이자 국어 선생님 같은 사람이 이상형이었다.
바바리가 잘 어울리고, 얼굴도 손도 파리한 그런 남자.
그런데 소개받은 사람은 정반대였다.
체격도 있고, 말투도 투박했고, 첫인상은 솔직히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그냥 차만 마시고 헤어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꾸 연락을 해 왔다.
찾아오고, 또 찾아왔다.
그 시절엔 키스하면 당연히 결혼해야 하는 줄 알던 때라,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처음 만난 시어머니가 건넨 말
사귄 지 한 달이나 되었을까.
그는 어느 날 어머니를 소개해 주겠다며 자기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게 어머니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남편이 늦둥이여서 그런지, 어머니는 거의 할머니에 가까운 연세셨다.
심지어 친정어머니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으셨다.
그런데 얼굴이 하얗고 동글동글해서 묘하게 귀여운 인상이었다.
간단한 식사를 했다고 말은 하지만,
상차림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내겐 부담스럽지 않고,
‘아, 그냥 밥 한 끼 먹었구나’ 싶은 느낌만 남았다.
식사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자는 말이다,
때로는 누나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가 되기도 하는 거야.”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느냐고.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왔습니다”라고 말하며
살짝 웃었다.
그날은 그냥 인사만 한 자리였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몰랐던 결혼의 의미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남는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시어머니의 그 귀여워 보이던 얼굴 뒤에
그렇게 긴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인생의 또 다른 시작
그날은 그저 인사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만남이었다.
'치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날 목욕탕에서,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업었다 (6) (0) | 2026.02.05 |
|---|---|
| 제안 (5) (0) | 2026.02.04 |
| 그분은 쌀 한 톨도 허투루 보지 않던 사람이었다 (4) (0) | 2026.01.29 |
|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날들, 그땐 어떻게 버텼을까 (3) (0) | 2026.01.29 |
| 결혼을 반대하던 엄마, 싸리비를 들고 쫓아오던 날 (2) (0) | 202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