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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목욕탕에서,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업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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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 타임이라는 말을 듣던 날)

     


    골든타임 이라는 말을 듣던 단

     

    초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날씨는 습했고 하늘은 하루 종일 어두웠다.

    몸이 무겁다며 어머니가 목욕을 가자고 하셔서
    우리는 동네 목욕탕에 들렀다.

    어머니는 세신을 전부 하셨고,  나는 그 근처에서 때를 밀고 있었다.

    그때 세신 이모가 나를 불렀다.

    “여기, 빨리 와봐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당황한 목소리였다.
    어머니가 들리지 않게 조금 다가와서 말했다.

    “어머님이 갑자기 축 늘어지시면서 옆으로 돌아누우시라고 해도 답이 없네요"

     

     

    손에 들고 있던 때수건이 멈췄다.

    놀래서 가보니 축 늘어지셔서 흔들어도 대답은 "으으"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목욕탕 안은
    습기로 가득했는데
    숨이 더 막히는 것 같았다.


    모두의 도움으로 탈의실로 모셨는데도 팔다리에 힘이 없었다
    찬물을 얼굴에 끼얹으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셨지만 

    여전히 팔다리에 힘이 없었고 말도 간신히 하시는 상태였다.

    119를 불러야 하나, 잠깐 망설였다.

    내 상식으로는 구급대원들이 남자분들일 것 같았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는 일단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어머니를 업었다.

    그 목욕탕은 이층이었고,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계단으로 어머니를 업고 내려왔다.

    목욕탕에 계시던 아는 분들이
    급히 택시를 잡아주셨다.

    그렇게 병원 응급실로 갔다.

     

     

    검사를 하고, CT도 찍은 뒤, 담당 의사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쪽이 마비되었을 수도 있었는데
    골든타임 안에 바로 오길 잘 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 일을 계기로 어머니는 병원에 계시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게 되었다.

     

    일주일쯤 지나 이번에는 나 혼자
    그 목욕탕에 갔다.

    그러자 어머니 친구분들이 나를 불렀다.

    “어이, 며느리.”

    그리고는 그날 일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안부를 묻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다 봤다. 니가 업고 내려오는 거.”

    잠시 웃으시더니,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내가 결심했다.”

    무슨 말인가 싶어 가만히 있었더니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나는 튼튼한 며느리를 구해야겠더라.” 

    그 말을 듣는데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었다.

    그날 목욕탕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단단해져야 하는 자리인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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