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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나를 “뚱빠리”라 부르던 날(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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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고 보니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당신 감정을 숨기지 않으셨다.

    시어머니가 나를 “뚱빠리”라 부르던 날시어머니가 나를 “뚱빠리”라 부르던 날

     

    아이들이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말하듯
    어머니도 그렇게 변해가고 계셨다.

    어느 날 부부 계모임이 있어
    저녁을 일찍 차려 드리고 남편이랑 나가려는데
    마당으로 내려서는 우리를 부르셨다.

    “야야, 아바이야.”

    남편을 부르더니 나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너는 저 뚱빠리를 꼭 데려가야 하니?
    너나 갔다 오지 왜 같이 가니?”

    순간 정적.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질투였는지
    아이들과 있는 게 싫으셔서였는지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그냥 웃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그게 다였다.

     

    가위로 자를 기세였다.

    며칠 뒤였다.

    외출하려고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어머니가 가위를 들고 서 계셨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어머니가 내 바지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네가 청소부냐.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게.”

    정말 자르실 것 같아서
    나는 놀라 도망쳤다.

    그때는 나팔바지처럼 길게 입는 게 유행이었다.

     

     

    하의가 사라졌다

    그날 저녁
    배드민턴 레슨 가려고 운동복을 찾는데
    하의가 사라졌다.

    세탁기에도 없고
    빨래 널었던 곳에도 없고
    집안 어디에도 없었다.

    어머니께 여쭤봤다.

    “어머니, 운동복 바지 못 보셨어요?”

    그러자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셨다.

    “어디 허연 다리를 내놓고
    똥꼬가 다 보이겠다.”

    그리고 결정타.

    “내가 가위로 잘라 버렸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화도 안 났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결국 나는 배드민턴을 그만뒀다.

    억지로 다니던 운동이라
    속으로는 조금 편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안다.

    어머니는 나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며느리가 짧은 옷 입는 게
    걱정됐던 거다.

    그 세대에겐
    며느리는 단정해야 했으니까.

    그날 나는 알았다.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미움이 아니라 방식 다른 사랑이라는 걸.

    그리고 그 마음의 표시가 점점 심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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