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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당신 감정을 숨기지 않으셨다.


아이들이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말하듯
어머니도 그렇게 변해가고 계셨다.
어느 날 부부 계모임이 있어
저녁을 일찍 차려 드리고 남편이랑 나가려는데
마당으로 내려서는 우리를 부르셨다.
“야야, 아바이야.”
남편을 부르더니 나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너는 저 뚱빠리를 꼭 데려가야 하니?
너나 갔다 오지 왜 같이 가니?”
순간 정적.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질투였는지
아이들과 있는 게 싫으셔서였는지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그냥 웃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그게 다였다.
가위로 자를 기세였다.
며칠 뒤였다.
외출하려고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어머니가 가위를 들고 서 계셨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어머니가 내 바지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네가 청소부냐.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게.”
정말 자르실 것 같아서
나는 놀라 도망쳤다.
그때는 나팔바지처럼 길게 입는 게 유행이었다.
하의가 사라졌다
그날 저녁
배드민턴 레슨 가려고 운동복을 찾는데
하의가 사라졌다.
세탁기에도 없고
빨래 널었던 곳에도 없고
집안 어디에도 없었다.
어머니께 여쭤봤다.
“어머니, 운동복 바지 못 보셨어요?”
그러자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셨다.
“어디 허연 다리를 내놓고
똥꼬가 다 보이겠다.”
그리고 결정타.
“내가 가위로 잘라 버렸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화도 안 났다.
그냥… 웃음이 나왔다.
결국 나는 배드민턴을 그만뒀다.
억지로 다니던 운동이라
속으로는 조금 편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안다.
어머니는 나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며느리가 짧은 옷 입는 게
걱정됐던 거다.
그 세대에겐
며느리는 단정해야 했으니까.
그날 나는 알았다.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미움이 아니라 방식 다른 사랑이라는 걸.
그리고 그 마음의 표시가 점점 심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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