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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딸을 키우게 되었다.(7) 퇴원하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신 뒤 눈에 띄게 달라지셨다.병원에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신 것 같았다.하루에 한 번씩 손자들의 국어책을 꺼내소리 내어 읽으셨고 공책에 글자를 따라 쓰셨다. “이게 참 어렵네.” 하루는 받침이 복잡한 글자가도무지 헷갈린다며, 나를 부르셨다.읽는 것도 어렵고, 쓰는 것도 어렵다고 도와달라고 하셨다.처음에는둘이 마주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의외로 즐거웠다.틀린 글자를 고쳐드리면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웃으셨다. 하지만며칠이 지나자 나는 점점 답답해졌다.글자를 설명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그 시간 동안 다른 집안일을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결국학습지 선생님을 불러보기로 했다. 학습지 상담소에 전화를 걸었다.“국어랑 수학을 같이 하고 싶은데요.”상담원은 바로 물었다.“아..
그날 목욕탕에서,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업었다 (6) (골든 타임이라는 말을 듣던 날) 초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장마가 시작되려는지 날씨는 습했고 하늘은 하루 종일 어두웠다.몸이 무겁다며 어머니가 목욕을 가자고 하셔서우리는 동네 목욕탕에 들렀다.어머니는 세신을 전부 하셨고, 나는 그 근처에서 때를 밀고 있었다.그때 세신 이모가 나를 불렀다.“여기, 빨리 와봐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당황한 목소리였다.어머니가 들리지 않게 조금 다가와서 말했다.“어머님이 갑자기 축 늘어지시면서 옆으로 돌아누우시라고 해도 답이 없네요" 손에 들고 있던 때수건이 멈췄다.놀래서 가보니 축 늘어지셔서 흔들어도 대답은 "으으"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목욕탕 안은습기로 가득했는데숨이 더 막히는 것 같았다.모두의 도움으로 탈의실로 모셨는데도 팔다리에 힘이 없었다찬물을 얼굴에..
제안 (5) 그 봄날, 어머니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 그때는 몰랐던 변화의 시작) 동네 벚꽃나무가 봉우리를 열고눈발처럼 꽃잎을 날리기 시작하던 봄날이었다.어머니와 나는목욕탕에 다녀와 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마주 앉아 있었다.어머니는 숟가락을 들고 한 숟갈을 드시는가 싶더니갑자기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셨다.“가져갈 거면 말을 하고 가져가지.”말없이 때수건을 가져갔다며, 화를 내셨다.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워낙 총명한 분이셨다.조그만 건물이었지만집세 계산도, 돈 관리도 늘 정확했다.그래서 나는 혹시 내가 어머니 등을 밀어드리고때수건을 내 목욕바구니에 넣었나 싶어괜히 가만히 있었다.잘 못 말하면 변명처럼 들릴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비슷한 일이 또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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