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13)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13)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하시는 어머니의 탄식은 지금도 아려온다. 아이들이 커갈수록학원비, 식비, 생활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그래서 나는 주말 오후마다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했다.그날도 일을 하고 있었는데큰아들에게 전화가 왔다.“엄마 빨리 와.할머니가 화장실에서 안 나오셔.”마침 끝날 시간이었지만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도나는 택시를 탔다. 문을 열었을 때 집에 도착해 문 앞에서 말했다.“어머니, 저예요. 문 열어주세요.”문이 열렸다.그리고 나는 멈췄다.화장실 벽과 바닥이엉망이었다.어머니는 옷을 벗은 채서 계셨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택이라 여름에도 춥다며대중탕 가시던 분이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샤워를 시켜드렸다.깨끗이 씻겨따뜻한 아랫목에 눕혀드렸다.그때였다.어머니 눈에서눈물이.. “나 안 먹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막내는 아직도 후회한다 (12) “나 안 먹어”라고 말했던 그날을 막내는 장가간 지금도 후회한다비가 내리던 저녁이었다.남편은 회식, 큰아들은 학원.집에는 나와 막내, 그리고 어머니 셋뿐이었다.치킨을 시켜 먹고 있었는데어머니가 재채기를 하셨다.입에 있던 음식이 식탁 위로 튀었다.나는 괜찮다며 치웠지만막내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 안 먹어. 다시 시켜줘.”사춘기였다.그래서 이해는 됐지만내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어머니의 반응 어머니는 잠깐 말이 없으셨다.그러다 작게 말씀하셨다.“지랄이다 참…”그리고는목뼈랑 나머지도 더 많이 드셨다.나는 알았다.그 말은 화가 아니라 미안함이었다.결국 치킨을 한 마리 더 시켰고막내는 새 치킨을 먹었다.어머니와 나는 뿜어진 쪽을 치워 같이 먹었다.그리고 계산할 때 어머니가 두 번째 치킨값을 내셨다.미.. 검사 결과를 듣던 날 — 마음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11) 검사 결과를 듣던 날 마음이 무너질 줄 알았는데......드디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우리 동네에는 한방과 양방을 같이 보는 협진 병원이 있어서미리 전화로 검진 예약을 하면서인지검사도 함께 신청해 두었다.어머니와 내가 같이 검진을 받으니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검사실에서 느낀 묘한 감정 당뇨와 혈압이 있으신 것 말고는어머니는 원래 건강한 편이었다.그래서 금방 끝나겠지 싶었는데인지검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문제는 시간보다 마음이었다.검사받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시간이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뜻밖의 안도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옆에서 지켜보니어머니는 꽤 정확하게 대답하고 계셨다.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 괜찮다.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듣게 된 말 그날 신경과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다.. 사라진 30만원 — 그날 처음 이상함을 느꼈다 (10) 사라진 30만 원으로 처음 이상함을 느꼈다 (그날은 내가 셜록 홈스가 된 날이기도 하다) 그날까지는 정말 평온했다.어머니와의 생활도 안정됐고, 나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약도 잘 챙겨 드렸고당뇨가 있으시니까 식단도 신경 썼다.현미잡곡밥, 단백질 반찬, 생선이나 고기류까지 나름 균형 맞춰 드렸다.이제는 괜찮겠지 싶었다.그런데 방심은 늘 그때 찾아온다. 옷장이 뒤집혀 있던 날 외출했다가 돌아왔는데방 안이 어딘가 이상했다.어머니 옷장 옷이 전부 밖으로 나와 있었다.순간 심장이 덜컥했다.“어머니 뭐 찾으세요?”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아침에 돈 30만원 있었는데 없어졌다.”말투는 평온했지만그 말은 평온하지 않았다. 이상한 직감 나는 방을 천천히 둘러봤다.문갑 위 바구니가.. 시어머니가 나를 “뚱빠리”라 부르던 날(9) 지나고 보니 어머니는 어느 순간부터당신 감정을 숨기지 않으셨다. 아이들이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말하듯어머니도 그렇게 변해가고 계셨다.어느 날 부부 계모임이 있어저녁을 일찍 차려 드리고 남편이랑 나가려는데마당으로 내려서는 우리를 부르셨다.“야야, 아바이야.”남편을 부르더니 나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너는 저 뚱빠리를 꼭 데려가야 하니?너나 갔다 오지 왜 같이 가니?”순간 정적.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질투였는지아이들과 있는 게 싫으셔서였는지지금도 이유는 모르겠다.나는 그냥 웃었다.“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그게 다였다. 가위로 자를 기세였다.며칠 뒤였다.외출하려고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돌아보니어머니가 가위를 들고 서 계셨다.“어머니 왜 그러세요?”어머니가 내 바지를 가리키.. “엄마가 분명 벗었다고 했어요”(8) 한우 먹으러 가다늦가을이었는지, 이른 봄이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공기가 차지도 덥지도 않던 날이었다.우리 가족은 근처에서 한우 축제를 한다기에 다 같이 가기로 했다.아들이 둘이라 먹는 양이 많아 평소엔 삼겹살을 먹었지만,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안 드셨다.그래서 이번만큼은 큰맘 먹고 소고기를 먹으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그날 아침이었다.출발 시간이 지났는데 어머니가 안 보였다.아침도 못 먹은 채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들어오셨다.“어디 다녀오셨어요?”“미장원.”순간 우리는 모두 어머니를 쳐다봤다.머리는 십 년은 젊어 보이게 굵은 펌이 들어가 있었고 손톱에는 분홍색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다.경로당 친구들이 “아들네 가족이랑 나들이 갈 때 꾀죄죄하면 안 데려간다” 했다고 했다. 그래서 꾸미.. 늙은 딸을 키우게 되었다.(7) 퇴원하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신 뒤 눈에 띄게 달라지셨다.병원에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신 것 같았다.하루에 한 번씩 손자들의 국어책을 꺼내소리 내어 읽으셨고 공책에 글자를 따라 쓰셨다. “이게 참 어렵네.” 하루는 받침이 복잡한 글자가도무지 헷갈린다며, 나를 부르셨다.읽는 것도 어렵고, 쓰는 것도 어렵다고 도와달라고 하셨다.처음에는둘이 마주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의외로 즐거웠다.틀린 글자를 고쳐드리면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웃으셨다. 하지만며칠이 지나자 나는 점점 답답해졌다.글자를 설명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그 시간 동안 다른 집안일을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결국학습지 선생님을 불러보기로 했다. 학습지 상담소에 전화를 걸었다.“국어랑 수학을 같이 하고 싶은데요.”상담원은 바로 물었다.“아.. 그날 목욕탕에서,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를 업었다 (6) (골든 타임이라는 말을 듣던 날) 초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장마가 시작되려는지 날씨는 습했고 하늘은 하루 종일 어두웠다.몸이 무겁다며 어머니가 목욕을 가자고 하셔서우리는 동네 목욕탕에 들렀다.어머니는 세신을 전부 하셨고, 나는 그 근처에서 때를 밀고 있었다.그때 세신 이모가 나를 불렀다.“여기, 빨리 와봐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당황한 목소리였다.어머니가 들리지 않게 조금 다가와서 말했다.“어머님이 갑자기 축 늘어지시면서 옆으로 돌아누우시라고 해도 답이 없네요" 손에 들고 있던 때수건이 멈췄다.놀래서 가보니 축 늘어지셔서 흔들어도 대답은 "으으"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목욕탕 안은습기로 가득했는데숨이 더 막히는 것 같았다.모두의 도움으로 탈의실로 모셨는데도 팔다리에 힘이 없었다찬물을 얼굴에.. 제안 (5) 그 봄날, 어머니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 그때는 몰랐던 변화의 시작) 동네 벚꽃나무가 봉우리를 열고눈발처럼 꽃잎을 날리기 시작하던 봄날이었다.어머니와 나는목욕탕에 다녀와 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마주 앉아 있었다.어머니는 숟가락을 들고 한 숟갈을 드시는가 싶더니갑자기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셨다.“가져갈 거면 말을 하고 가져가지.”말없이 때수건을 가져갔다며, 화를 내셨다.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워낙 총명한 분이셨다.조그만 건물이었지만집세 계산도, 돈 관리도 늘 정확했다.그래서 나는 혹시 내가 어머니 등을 밀어드리고때수건을 내 목욕바구니에 넣었나 싶어괜히 가만히 있었다.잘 못 말하면 변명처럼 들릴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비슷한 일이 또 있었.. 그분은 쌀 한 톨도 허투루 보지 않던 사람이었다 (4)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시어머니는 1921년생이었다.일제 강점기와 광복, 그리고 6·25 전쟁까지모두 겪으신 분이었다.그래서인지 그분의 삶에는 ‘아끼는 것’이몸에 배어 있었다.쌀 한 톨도 허투루 버리지 않으셨고전기는 늘 최소한으로 쓰셨다.물도 마찬가지였다. 제철이라는 원칙 식재료는 언제나 제철 음식을 사 오라고 하셨다.과일도 제철 과일만 드셨고철이 지나간 과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으셨다.생선은 굽기보다는 찌개로 드셨다.생선찌개에 쌈을 주로 드셨다. 상추, 깻잎, 배추, 데친 배추, 쌈으로 드실 수 있는건 다 드셨다.그래서 다시마, 미역쌈까지 쌈이란 쌈 종류는 사계절 내내상 위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그땐 몰랐던 생활의 이유 그때의 나는 그저 까다롭고 엄격한어른이라고만 생각했다.왜 이렇게까지 아껴야 .. 이전 1 2 다음